중상시 장양의 집 앞에는 이른 아침 무렵에도 두터운 강철로

중상시 장양의 집 앞에는 이른 아침 무렵에도 두터운 강철로 입힌 대문 앞에 수십 여명의 위사(衛士)들이 경계를 하며 방문자들을 일일이 살피고 있다. 검문 받은 사람들의 뒤편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은 이것저것 뭔가를 싼 보따리를 하인들에게 들리거나 수레에 실어서 자기들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들의 보따리가 중상시 장양의 환심을 사서 관직을 얻기 위해 쓰는 뇌물이라는 것쯤은 금방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아침까지 이럴 정도라면 대낮에는 그 위세가 어떻겠는가? 황제의 수발이나 드는 시종관(侍從官)의 권세가 장상(將相)을 뛰어넘으니 만약 충의지사를 자처하는 선비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작금의 현실에 탄식하거나 울분을 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상윤은 고지식한 유가(儒家)에 얽매인 사내가 아니었다.